<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옛이야기,
지금까지 사랑받는 이유가 예 있답니다.
〈이야기 속 지혜 쏙〉 시리즈
옛사람들은 이야기를 통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요? 그 안에는 슬기와 재치, 따듯한 위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 등 옛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던 지혜가 숨어 있지요. 그럼 이제 〈이야기 속 지혜 쏙〉에 담긴 옛사람들의 이야기에 한번 귀를 기울여 볼까요?
국어 개정교과서 4-1 수록 동화 《나무 그늘을 산 총각》
돈으로 팔 수 없는 것도 팔려는 욕심
여러분은 어떤 것이든 돈으로 다 살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우리는 언제쯤 완벽하게 가졌다고 여기게 될까요? 더는 물건을 사고 싶지 않은 순간이 오기는 할까요? 가진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들이 살 수 있는 물건의 양은 늘어나고, 물건의 질은 더욱 높아지지요. 그렇지만 한순간 큰 만족을 가져다주었던 물건도 계속해서 그 정도의 만족감이 이어지지는 않아요. 돈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지요.
설령 돈이 많다고 해도 살 수 없는 것도 있어요. 《나무 그늘을 산 총각》에는 집 앞에 서 있는 아름드리나무가 만든 나무 그늘마저 제 것이라고 우기는 욕심쟁이 영감의 모습이 그려져 있어요. 자연이 만들어 낸 그늘을 한자리에 계속 고정시켜 둘 수 없듯, 그늘을 마음대로 사고팔거나 이제부터 이 그늘은 누군가의 것이라고 말하는 것 역시 말도 안 되는 일이지요.
하지만 욕심쟁이 영감은 총각에게 나무 그늘을 열 냥에 팔아 버렸어요. 그런데 아름드리나무가 이곳저곳에 그늘을 드리운다면 어디까지가 총각의 그늘인가요? 만약 나무를 벤다면 총각이 샀던 그늘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걸까요? 계속해서 파헤치고 거슬러 오르다 보면 애초부터 나무 그늘은 팔 수 없는 것이지요.
“나무도 아니고 나무 그늘을 팔다니
살다 살다 별일을 다 보네.”
돈으로 팔 수 없는 것을 팔아 얻은 열 냥이 어찌나 만족스러웠는지 영감은 집에서 덩실덩실 어깨춤까지 췄어요. 하지만 그늘을 팔고 며칠이 지나자 총각은 그늘이 드리운 영감의 집 안까지 들어와 벌러덩 누워 잠을 자기 시작했어요. 가족들이 불평을 늘어놓아도 영감은 총각에게 한마디도 하지 못했어요. 총각에게 열 냥을 돌려주기가 아까웠거든요. 총각은 영감의 환갑을 축하하는 잔치가 열린 자리에도 그늘 주인으로 등장합니다. 결국 영감의 욕심이 모든 사람 앞에 밝혀지게 되고, 영감은 큰 망신을 당하지요. 이 사건을 통해 영감은 깊이 반성하게 됩니다.
이 이야기에는 욕심쟁이 영감을 혼내 주는 총각의 꾀가 재미있게 담겨 있어요. 영감은 더운 여름 뜨거운 태양빛을 막아 주는 고마운 그늘을 독차지하려 했어요. 시원한 나무 그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어 쓰는 것이 못마땅했기 때문이에요. 그런 영감의 마음과는 달리 총각은 열 냥이라는 큰돈을 치르고도 나무 그늘을 마을 사람 모두와 함께 나누어 쓰려고 했지요. 그늘을 독차지할 때 얻는 만족보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어 쓰는 즐거움을 총각은 알고 있었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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