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이름 48년, 그 먼 길을 함께 걸어준 독자들에게 손편지 쓰듯
한편한편 직접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려 만들다.
“이제 사랑하는 당신들 곁에서 깊고, 조용하고, 다정하고, 어여쁘게 늙어가고 싶다.”
‘버럭’과 ‘구시렁구시렁’ 사이, ‘청년작가’와 ‘노인’의 위험한 틈새, 거기에서 절로 비어져 나온 오욕칠정의 얼룩들을 실존적 나의 항아리에 쟁였더니 보아라, 그것들이 여기 ‘구시렁항아리’에서 지금 이렇게 발효되고 있는 중이다. 먼 날들이 가깝고 가까운 날들이 오히려 멀다. 완성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더 참고 더 은유恩宥하고 더 오래 기다릴 것이다. 작가이름 48년, 돌아보면 매 순간이 얼마나 생생한 나날이었던가. 나는 살아 있는 유산균, 매일 캄캄한 추락 매일 환한 상승의 연속이었다. 그 생생한 경계의 먼 길을 함께 걸어준 수많은 독자에게 엎드려 고마울 뿐이다. 바라노니 이제 사랑하는 당신들 곁에서 다만 ‘구시렁항아리’로서 깊고, 조용하고, 다정하고, 어여쁘게 늙어가고 싶다. 사람으로서의 내 남은 꿈이 그러하다. -〈제목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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