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로 사회를 깨운 어느 한 PD의 시대 증언
민주주의 암흑기, 시대를 울리고 시대와 함께 운 드라마를 돌아보다
「수사반장」「제1공화국」「땅」「간난이」… 1980~90년대, 사람들을 브라운관 앞으로 끌어모았던 화제작들을 탄생시킨 ‘스타PD 1세대’ 고석만 PD가 생각하는 TV드라마의 의의와 역할은 무엇일까? 민주주의가 억압당하던 시대에 드라마로 사회와 함께 호흡했던 고석만 PD의 시대 증언, 『나는 드라마로 시대를 기록했다』가 출간되었다. 군사독재정권은 수십년 동안 사회 전반에 걸쳐 억압과 통제를 자행했다. 가장 대중적인 언론매체인 TV도 통제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강요받았다. 하지만 ‘공영방송의 책무는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것이다’라는 독일 헌법재판소의 판결문을 마음속에 새기고 있던 저자는 드라마를 사회의 민낯을 비추는 거울, 시대를 고발하고 깨우는 도구로 사용하고자 했다. 그것이 스스로 ‘시대의 첨병’ 역할을 자임했던 그가 이 사회를 위해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일이었다.
책의 내용은 숱한 억압과 중단의 역사로 점철되어 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제작 중단과 조기종영, 대본의 사전 검열, 석연찮은 기획 무산 등의 굴욕과 고난을 거치면서도 저자는 드라마를 통해 사회의 어두운 곳을 비추며 시대를 울리는 일을 계속했다. 민주주의와 한국 사회를 위해 자신의 영역에서 굴하지 않고 싸우는 일은 외로운 길이었지만, 저자는 그 시간을 ‘순례길 같은 깨우침’을 얻게 된 경험이었다고 말한다. 엄혹했던 독재정권이 사라진 지금에도 아직 요원한 민주주의 사회를 바라보며 저자가 되짚는 ‘굴절시대’에 대한 증언은 지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자가 연출한 드라마와 같은 시대를 관통하며 울분을 공유했던 이들, 점차 단순한 오락거리로만 소비되는 TV의 현재를 걱정하는 이들, 언론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시민들과 언론인들에게 이 책은 공감과 울림을 주는 ‘또 하나의 드라마’로 다가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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