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상세내용
아직도 말(言語)을 버리지 못했다. 오랜 버릇이 고약하다. 그런 말들로 내가 나를 속인다. 시(詩)가 그렇다. 산천을 떠돌았다. 능선을 대할 때마다 발뒤꿈치가 들린다. 늘 막차를 놓쳤다. 어느 집 담장을 건너다본다. 목소리가 두런거리지 않는 집일수록 웅숭깊다. 그 마당에다가 돌멩이를 던져준다. 기척이 생긴 다음이라야 가능해지는 여정이다. 저 가로등을 사람들은 모른다. 오랜 일들은 기억할 필요가 없다.
<조용환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냉장고 속의 풀밭』은 정처 없는 것들에 대한 편지와도 같다. 시인은 이야기가 끝난 뒤 다시 혼자서 웅-웅 울며 밤을 견뎌야 할 냉장고 속으로 들어간다. 농도 짙은 표현과 밀도 있는 시편들은 조용환 시인에 대해 충분히 신뢰를 가질만하다. 어떤 시편은 난해하고 어떤 시편은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