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상세내용
나이 탓일까? 강을 바라보고 선 내 모습이 자주 돌아다보인다. 강뿐만 아니라, 산과 들 같은 자연의 갈피를 뒤적이고 기웃대는 발길이 잦다. 지겨운 일은 아니다. 내가 사는 도시 주위에 큰 강이 있는 걸 새삼 인식하고 자주 찾을 뿐이다. 강물은 강안을 긁으며 끊임없이 내게로 흘러온다. 그러나 상류는 이제 가늠이 안 되고, 하류는 고래 떼 왁자지껄한 먼 바다로 유입되고 있음을 느낀다. 가늠이 안 되고, 너무 멀다고 느끼는 건, 내 것으로 하기엔 버겁기 때문이리라.
<이하석의 열번째 시집 『연애 간』. 전작에 비해 그리는 세계, 그리고 묘사, 표현이 더욱 깊어진 이하석의 이번 시집은 ‘기억’이라는 단어에서부터 풀어낸 명시들이 주를 이룬다. 문학평론가 김현은 이하석에 대해 “서정 시인으로서는 희귀하게 자기의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다”라고 평한 바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