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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내면서
봄春
전쟁 속에도 꽃은 피고 춘망
운하 베고 노 소리 듣고 봄날의 수향
타관도 고향이요, 싸움터도 주막일 수 있는 술
버들이 강을 건너올 때 이른 봄
귓불에 와닿는 봄의 숨결 새소리
이별과 만남의 정한이 흐르는 곳 관문
꽃이 진다고 세상이 비이랴! 낙화
님의 어깨 위로 달이 뜰 때 버드나무
이 몸도 시인일 수 있을까 비
황학은 날아가고 흰 구름만 뭉게뭉게 한 누각
온종일 산만 보고 사느라 만고의 흥망도 몰라 두메
여름夏
꽃은 져도 산은 늘 그곳에 산과 인간
님의 마음처럼 종잡을 길 없는 구름
늙은 황소가 까마귀랑 돌아오는 곳 농가
낙화를 지르 밟다가 버들 아래서 호들갑스레 우는 말
창망한 슬픔 속에 나를 찾는 사막
비움과 채움은 하나인 것을 절
나더러 돌아가라지만 너조차 돌아갈 곳 없는 소쩍새
무한 속에서 정 풀고 한 달래는 곳 정자
삐걱, 노 젓는 소리로 강산을 푸르게 하는 어옹
구름도 머뭇거리다 하늘로 비켜서는 피리
가을秋
저 불덩이가 풍덩 잠길 때 황혼
조각달에 집집마다 외로움 달래는 소리 다듬이질
만나고 헤어지고 무지개가 걸린 곳 다리
저녁노을 만학천봉을 유랑하는 기러기
소록소록 가을비에 지친 말, 여물 씹는 소리 가을밤 소리
신선이 옷 벗고 두 다리 뻗는다 소나무
어옹은 혼자 사계를 낚는다 강 위에서
세월은 갈 곳 없이 우수수 지고 낙엽
가슴에 품은들 그리움이 가실까마는 달빛 아래
밤사이 세상을 푸르게 하고 바람
겨울冬
하얀 서릿길에 발자국 하나 새벽
맑은 물에 가로 누운 성긴 그림자 매화
주막집 호롱불에 잠 못 이루는 밤 제야
부서질 듯 희미하지만 따뜻한 등
깊은 밤, 뚝딱 대 부러지는 소리 눈
우주의 혼돈과 악수하고 구름바다를 치솟는 탑
저 너머 고향을 보며, 배를 기다리네 나루터
한 오라기 울음으로 만산의 어둠을 쫓는 닭
봄바람도 감히 건너오지 못하리 변새
이 문을 나서면 돌아보지 않으리 종군
눈보라 속에 사람이 돌아오는 둥지 주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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