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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가르쳐주는
악수하는 법을 배우다!
시집 한 권을 읽어도 마음을 치는 시는 한두 편이곤 한다. 독자의 마음에 스미는 그런 시 한 편을 눈웃음 같은 그림이 찾아갔다. 그렇게 만난 시와 그림은 서로 손을 맞잡아 악수했다. 그러고는 시 한 구절마다 그림 한 장씩이 그려졌다. 그렇게 시와 그림 36쪽이 차곡차곡 완성되어 큰 판형의 양장본 ‘시 그림책’이 되었다. 책 제목은 시의 제목이었다. 그것은 ‘악수’였다.
이 책은 애독자가 많은 함민복 시인의 시 한 편에, 정겨운 화풍을 지닌 이철형 화가의 그림들이 더해져서 이야기 그림책처럼 제작된 ‘시 그림책’이다. 시와 이야기는 다르지만, 이 그림책의 시에는 그윽한 동화 같은 발견의 통찰이 담겨 있다. 그것은 ‘친밀히 관계 맺는 자연의 발견’이라고 말하거나 ‘세상 모두와 어울리는 자연의 발견’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함민복 시인만의 순간적 알아차림에서 비롯되었다. 바로 그 발견의 통찰을 이 책의 시인은 시로 표현하였고, 이 책의 화가는 그 시를 독자들이 더욱 풍성하고 자유롭게 느낄 수 있도록 그려냈다.
예컨대, 이 그림책에는 시의 이야기 흐름과는 전혀 무관하게 엉뚱하게도 아주 조그만 동물이 하나 등장하는데, 이 생명체가 어떤 모습으로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를 살펴보는 일은 독자에게 또 다른 재미를 준다. 뿐만 아니라 단풍잎이 바람과 달빛과 어둠과 빗방울과 꽃향기와 눈보라와 각각 어떻게 만나는지를 그림으로 살펴보는 일은 눈 밝은 독자에게는 꽤 흐뭇한 즐거움이 될 것이다. 그런 만큼 이 책의 그림들은 대자연의 개체들이 서로 어떻게 친밀히 어울리는지를 섬세한 동화적 상상력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시의 언어를 회화의 이미지로 멋지게 번역한 성공 사례이기도 할 것이다.
이렇듯 시를 통째로 낱낱이 그림으로 형상화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시의 의미와 범위를 한결 더 넓히고 한층 더 깊게 하는 매력적인 도모이다. 이 책의 독자가 그것을 눈여겨보면, 이 책의 시인이 자연에서 발견한 각성의 통찰과 이 책의 화가가 시에서 찾아낸 구체적 이미지를 온전히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이 뜻했던 바의 성과이자 보람의 증거일 테다. 시가 그림을 만나 구체적 장면을 얻고, 그림이 시를 만나 진실을 얻듯이, 이 책의 독자는 시와 그림을 한꺼번에 이해하고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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