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희덕 시인이 우리 시를 꼼꼼하게 읽고 쓴 글들을 모아 엮은 가 출간됐다. 이 책에는 시인이 90년대 우리 시를 바라본 소소한 느낌부터 전문적인 비평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룬 20편의 글이 3부로 나뉘어 실려있다. 4권의 시집과 1권의 산문집을 통해, 사물을 바라보는 섬세한 감각과 촘촘하고 예리한 글쓰기를 보여준 바 있는 나희덕 시인. 이 책은 시를 쓰는 현장 감각과 따뜻한 애정이 살아있는 시 산문집이라 할 수 있다. 1부에서는 자유로운 문체로 시에 관한 생각을 풀어나간다. 여기서 '보랏빛'이란 빨강과 파랑 사이에 있으면서 어떤 극단에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각'을 상징한다. 예를 들어, 김수영 하면 떠오르는 '첨단'이라는 용어에 '정지'의 의미를 끌어올려 김수영의 시세계를 균형있게 해석하는 식. 이러한 균형감각과 함께 솔직함이 돋보이는 글들도 여럿이다. 시가 태어날 때의 그 미묘한 순간을 그린 '탄생의 순간을 포착하는 시론'에서 그는 '사물과 스파크를 일으켜 마찰하는 경험이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한줄의 시도 쓸 수 없다'고 고백한다. 2부에는 '자연', '풍경', '여성성', '생태주의', '전통'등의 개념을 중심으로 우리 시의 흐름을 짚었다. 마지막 3부에는 시인이 습작기부터 즐겨 읽고 많은 영향을 받았던 시인과 작품에 대한 소론 10편이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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