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민중시'로 등단해 세 권의 시집을 펴낸 시인 정세기의 동시집이다.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다 지병인 심장병 때문에 학교까지 쉬게 된 시인은, 최근 뇌종양으로 얼굴이 붓고 눈이 안 보이는 생사의 갈림길을 오가는 중에도 많은 동시를 창작하였다.
시인의 눈길은 우리 사회의 곳곳에 미치고 있다. 도시 변두리 골목의 붕어빵 장수나 노점 할머니와 같은 가난하게 사는 우리 이웃을 따뜻하게 보듬고('붕어빵 장수', '할머니 가게'), '아파트 공화국'이 된 도시의 적나라한 모습을 '아파트'연작을 통해 그려낸다.
둥치에 시멘트를 뒤집어쓴 느티나무와 오월 광주의 상흔을 안고 사는 삼촌을 뜨거운 마음으로 이야기하는가 하면('냇가의 느티나무', '오월 삼촌'), 생활고로 헤어져 살아야 하는 가족과 놀 곳 없는 아이들의 아픔을 담담한 언어로 그려 공감을 자아낸다.
때로는 정직하게 현실을 투시하고 때로는 풍자하고 때로는 해학적으로 접근하면서, 일반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동시의 진폭을 크게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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