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상세내용
여기 햇살과 바람을 모아 빚어낸 시들이 탱글탱글하게 잘 여물었다. 자연에서 삶과 죽음의 섭리를 길어 올리는 시인의 목소리는 고희(古稀)를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싱싱하고 탄력이 있다. “천연의 꿀과 방부제를 한 몸에 지닌/ 열매”처럼 그 숨결은 향기롭고, “발효와 부패를 제대로 거쳐 온 퇴비”처럼 그 냄새는 고소하다(「햇살 통조림」). 그렇게 삼동을 견딘 “뜨거운 씨앗”(「삼동(三冬)이 깊다」)이 싹을 틔우는 순간들이 이 햇살 통조림에는 가득 쟁여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