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상세내용
박미라는 몸이나 사물 깊은 곳에 "어떤 이름을 생각할 때만 빗소리를 내는 기관", 얼굴이 울지 않을 때도 우는 기관이 있음을 느끼는 시인이다. 그의 귀는, 맑은 날에도 빗소리를 내는 울음, 울음보다 먼저 오는 울음소리를 듣는다. 보이지 않는 달팽이관을 가진 귀로 지렁이 우는 소리를 듣기도 하고 지렁이의 울음에서 바람소리와 연초록 이파리의 몸짓을 느끼기도 한다. 그의 몸에는 온갖 동식물과 사물이 드나드는 울음의 통로가 있다.
<박미라 시집 『우리 집에 왜 왔니?』. 전체 4부로 구성되어 ‘선택적 함구증’, ‘돌연사를 꿈꾸다’, ‘어두워질 무렵’, ‘봄날은 온다’, ‘잠깐만나무 밑을 지나가는’, ‘숟가락의 이동 경로’, ‘빵에 대한 맹세’, ‘콜드 게임’ 등을 주제로 한 시편들을 수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