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작 논픽션 15권. 이탈리아 파시즘을 예고한 인물을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그의 이름은 가브리엘레 단눈치오. <쾌락>, <무고한 존재> 등 탐미주의 문학가로 저명한 그는 유럽을 핏빛으로 물들인 광포한 선동가이기도 했다. 그를 조명할 렌즈는 너무나 많다. 문학인, 정치가, 여성 편력의 호색한, 전쟁광, 민족주의 선동가, 혼성모방자, 비행기 조종사…… 그것들의 경중을 따지고 한쪽을 강조하다가 나머지 면모들을 배제해버린다면 결코 그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할 것이다.
파시즘의 서막을 연 자로서, 어린 병사들을 전쟁터로 내보내 목숨을 앗아간 장본인이고 많은 여성의 몸을 탐했거나 엄청난 빚을 진 낭비가로서 그를 비난만 한다면 세기를 뒤흔든 그의 가장 중요한 면모를 놓칠 것이다. 당대 사람들은 누구나 단눈치오에게 못마땅한 점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의 매력에 빨려들어갔다. 그는 재능이 있었고 그 재능은 아름다웠다. 단눈치오는 자신의 지성에 양분을 제공하는 무언가가 주위에 어른거리기만 하면, 그것을 창槍으로 낚아채 게걸스럽게 소화한 뒤 더 나은 표현으로 세상에 내보냈다.
이 책의 저자 휴스핼릿은 단눈치오에 대한 조각들을 모아 거대한 서사를 만들어낸다. 연대기적 서술을 따르지 않고 픽션적 기법을 택했다. 저자는 시간의 보폭을 다양하게 취해 수십 년을 빠르게 훑어보다가도 어떤 주, 어떤 밤, 어떤 대화는 세밀히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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