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고 봐. 어둠과 빛을. 하나 없이는 다른 하나도 있을 수 없지.”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 작가 안나 회글룬드의 우정과 신뢰, 성장에 관한 이야기
● “모든 것을 보는 것을 참을 수가 없어요”
: 스웨덴의 대표적인 작가 안나 회글룬드의 현대판 우화
먹을 것을 찾아다니던 개가 매립지의 쓰레기 더미 위에서 버려진 인간 아이를 발견한다. 개는 앞을 보지 못하고, 아이는 눈을 감을 수 없다. 눈을 감을 수 없기에 모든 것을 볼 수밖에 없는 한 아이의 모험은 이렇게 시작된다. 볼로냐 라가치상 스페셜 멘션, 스웨덴 엘사 베스코브상과 아우구스트상, 독일 아동청소년문학상 등을 수상한 스웨덴의 대표적인 작가 안나 회글룬드의 신작 『눈을 감을 수 없는 아이』는 현대판 우화이자 모험담이다. 우정과 성장, 비정한 삶을 헤쳐 나가는 용기에 대한 철학적 성찰은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마음속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 눈을 감을 수 없는 아이가 눈을 감을 수 있게 되기까지의 여정은 모호한 삶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의 은유로서 일종의 삶의 안내서로 다가온다. 스웨덴 일간지 『다겐스 뉘헤테르』의 평처럼 우리는 이 책을 “일반적인 말로 평가할 수 없다. 단지 아주 특별한 것을 마주하고 있다고 느낄 뿐이다.”
● “그리고 눈에 보이는 것에 점점 더 슬퍼졌습니다”
: ‘절대 잠들지 않는 도시’에서 더 나은 삶이란 무엇인가?
매립지에서 깡통을 주워 모으며 함께 살던 개와 여자아이. 어느 날 개는 아이에게 안정된 환경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친척에게 아이를 맡긴다. 그리고 아이는 시청에서 유리창을 닦는 일을 하게 된다. 수많은 유리창을 닦고 또 닦는 동안 아이의 눈에 비친 유리창 안쪽의 사람들은 모두 외롭고 힘들다. 아이는 커다랗고 검은 그 눈으로 ‘절대 잠들지 않는 도시’의 비참함을 보면서 점점 더 슬퍼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눈을 감는 일은 쉽다. 마주하기 버거운 일 앞에서 눈을 감는 것은 더 쉽다. 하지만 아이는 눈을 감을 수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을 본다. 『눈을 감을 수 없는 아이』는 간절하게 눈을 감고 싶어 하는 아이를 통해서 아이러니하게도 현대사회에 만연해 있는 우울, 고독, 소외를 일깨운다. 보고 싶지 않아 눈을 감는 우리에게 더 크게 눈을 뜨라고, 나아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능력에 눈을 뜨라고 말한다.
● “아이는 잠을 자려고 누웠어요. 이제 눈을 감을 수 있었죠.”
: 평범한 삶으로 나아가는 과정, 성장의 다른 이름
『눈을 감을 수 없는 아이』는 디스토피아 시대의 우울한 전망을 그려낸 듯 우울하게 시작하지만 용기와 희망을 품고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이다. 아이는 개를 동반자이자 친구로 삼아 눈을 감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하수구의 고요한 어둠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마귀와 문어의 도움으로 눈을 감을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다. 그렇게 해서 다시 돌아온 매립지의 쓰레기 산은 더 이상 예전의 그곳이 아니다. 아이의 발밑으로 집과 정원, 양배추 밭으로 이루어진 꽤 멋진 삶이 시작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이와 개는 여전히 둘이 찾아낸 것을 똑같이 나누면서 삶을 가꿔나가고, 무엇보다 아이는 문어가 준 잉크로 빈 노트에 무언가를 쓰기 시작한다. 『눈을 감을 수 없는 아이』는 버려졌으나 특별한 능력을 가진 아이가 평범한 삶으로 나아가며 굳건해지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그리고 있다. 모든 것을 볼 수밖에 없던 아이가 눈을 감을 수 있게 되면서 글을 쓰게 되었다. 이제 아이는 어떤 것을 써내려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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