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향한-존재와 윤리』라고 명명된 이 책은 ‘하이데거 너머의 철학’을 향한 필자의 두 번째 기획이다. 『순간의 존재』 머리말에서 필자가 했던 말은 이 책을 위해서도 유효하다. 이 책의 내용을 적확하게 이해한 독자라면 필자가 열어 놓은 철학적 사유의 새로움을 직감하고 전율할 것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하이데거는 자신의 주저 『존재와 시간』에서 인간 현존재를 죽음을-향한-존재로 규정한다. 『존재와 시간』에 따르면, 일상세계는 친숙한 세계로서 죽음으로부터의 도피처이다. 필자가 이미 이전의 다른 저술에서도 밝혔듯이, 바로 이 지점에서 하이데거 존재론의 근본적인 문제가 하나 드러난다. 일상세계란 도리어 잠재적·현실적 죽음의 일상화를 그 가능 근거로서 지니는, 그리고 바로 이러한 점에서 본래적으로 참혹한 세계이다. 일상세계가 잠재적·현실적 도살자들의 세계라는 존재론적 진실로부터 어떤 부조리극이나 잔혹극이 펼쳐 내는 암담하고 음울한 참상 같은 것을 떠올릴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존재론적 진실을 직시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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