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펴내면서…
초기 그리스도교 시대는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 여러 문화권으로 확장했다. 초창기에는 로마제국을 비롯하여 여러 지역에서 극심한 박해가 있었지만, 신앙을 목숨보다 더 귀중하게 여겼던 순교자들은 신앙을 지켰고 313년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그 신앙을 합법화함으로써 종식되었다.
비잔틴 제국이라고 불리게 된 로마제국의 동쪽 지역은 서쪽 지역과는 다르게 발달하였다. 서방 기독교가 죄로부터의 구속과 죄 사함으로서의 ‘십자가’를 중시한 것과는 달리 동방은 죽음을 이긴 승리로서의 ‘부활’과 인간의 신화(神化, theosis)를 강조했다. 예수기도와 침묵(hesychasm), 이콘(icon)이 동방 영성의 특징이 되었다. 동방 교회의 영성은 항상 그 거룩한 전통으로 되돌아감으로써, 스스로를 새롭게 한다. 그리스도교적인 삶의 전 과정을 ‘신화’로 보았던 까닭이다.
오늘 우리 삶의 모든 분야에서 일어나는 불의와 윤리적 위기는 근본적으로 영적인 것이고,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 그리고 사람과 물질적 부(富)의 관계에서 무언가 잘못 작동하고 있는 데 대한 경고가 피조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그렇지만 영성적 삶으로 순결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자신을 피조 세계 전체와 연합시켜주는 그 무엇을 느끼게 된다는 사실을 영성가들은 일찍이 알았다. 북러시아의 숲속에서 곰을 먹였던 사로브의 성 세라핌이 그랬고, 우주의 제 요소에게 말을 걸었던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가 그랬다. 이것이 오늘 우리가 영성, 특별히 동방정교회의 영성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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