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경제의 성공 비결
스위스는 원래부터 남들의 부러움을 살만하게 소득이 높아 잘 살고 세계적인 기업들로 꽉 찬 국가가 아니었다. 과거 스위스는 가난했고 삶의 터전은 척박한 산악지대였다.
먹고살기가 힘들 정도로 가난해서 타국에 용병으로 나가 목숨을 걸고 생계 벌이에 나섰던 사람들, 평지 농업이 불가능해 목축업에 매여 근근이 사계절 삶의 몸부림을 쳤던 사람들, 그들이 어떻게 근대에 들어오면서 기업 활동을 통해 자기 스스로를 변모시키고 자신들의 국가를 빈국에서 부국으로 일궈왔을까? 이 궁금증을 이야기로 상세하게 풀어내 스위스의 성공 비결을 밝혀주는 책은 의외로 없다.
〈스위스 메이드〉는 스위스 근현대사의 파란만장한 성공 스토리를 우리가 기억할만한 작은 일화에서부터 획기적인 결단과 안타까운 실패, 남들보다 한발 앞서가는 원대한 실행 등 굵직한 사건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으로 풍성하게 다루고 있다. 지금은 알프스를 품은 스위스이지만 과거엔 알프스에 갇힌 스위스였다. 지금은 세계 최고의 스위스 시계이지만 시작은 거의 가내 하청 수공업 수준이었다. 세계적인 바이오 제약산업은 화학 염색산업에서 시작됐고 스위스의 정밀 브랜드를 강화해 준 기계산업도 영국 현지의 산업스파이 도움을 마다하지 않고 기술 개발에 오로지 몰두한 덕분이었다.
한두 가지가 아니다. 거의 전부가 그렇다. 이 책을 통해서 볼 때 스위스인들은 쉴 틈 없이 일한다. 남아도는 우유를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고민을 거듭한 끝에 치즈를 개발하고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세계를 향해 산업화하고 기업화한다. 그렇게 세계 최대의 식품기업이 탄생한다.
겨울 농한기에 집에서 식구들이 모여 시계 부품을 하청 받아 만든다. 그중에서 몇몇은 그냥 하청 받아서 반복적으로 만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부품을 개량하고 개발하고 아예 시계를 만들기도 한다. 뛰어난 개발자들의 스토리가 별도로 있긴 하지만 이러한 토양에서 스위스 시계라는 브랜드가 탄생했음을 이 책은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다.
스위스는 이민정책에서, 그리고 이웃 국가들에서 발생하는 종교적 인종적 핍박에서도 개방적인 입장을 유지해 왔다. 그렇게 유입된 사람들이 스위스의 성공 스토리에 강하게 일조했다.
그리고 주변의 강국들이 서로 편을 갈라 국내외 정치를 하고 때로는 공격적 전쟁에 나설 때에도 스위스는 영구 중립국으로 자기 영역을 지켰다. 이 중립국으로의 선택이 현대에 오면서 스위스에 더할 나위 없는 이점이 되어 스위스를 더욱 독특하고 중요한 국가로 만들고 있다. 경제적인 혜택은 덤이다.
스위스 사람들은 현재까지의 성공적인 여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뭔가를 이뤄냈다는 만족감에 젖어들 태세가 전혀 아니다. 나태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수 세기에 걸친 근현대사의 길고 험난한 과정에서 변화와 탐구의 유전자가 그들의 뼛속에까지 깊이 박히게 된 덕분일 수도 있겠다. 사회적 갈등도 분권적인 공화주의와 시민들의 직접 민주주의 틀 속에서 타협과 통합으로 녹여내고 있다. 이를 토대로 스위스 기업들의 기막힌 성공 사례들이 펼쳐진다. 이 순간에도 진행형인 스위스인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여기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매우 유용한 메시지를 던져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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