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상세내용
임철우는 사건을 재현하고 고통을 전달하고자 필사의 노력을 다한 끝에 뭐라고 이름 지을 수 없는 저 괴물의 어둠과 소녀의 눈빛을 독자에게 제시한다. 거기는 지각의 한계 지점이자 인식의 한계 지점이다. 말하자면 재현이 실패하는 지점이다. 그러나 고통의 전이는 그 실패 속에서 일어난다. 말로 할 수 없는 고통, 언어를 초과하는 사건이 있었음을 독자들은 이제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방식으로 이야기를 통해 사건의 사건성과 그것을 겪은 당사자의 말할 수 없는 고통이 재현되고 전이될 수 있는 것이라면, 그런 기적은 저 괴물과 소녀의 눈빛에서 우리가 발견하게 되는 고통의 개구부(開口部) 덕분일 것이다.
<안타깝게 죽어간 존재들을 살려내고 위로하는 치열한 윤리적 작업!임철우의 다섯 번째 소설집 『연대기, 괴물』. 그동안 역사의 환부를 집요하게 추적해가면서도 절제된 정서와 문학적 깊이를 유지해왔던 저자는 이번 소설집에서 비극을 응시하고 그 연원을 좇아 기어코 악몽 같은 심연을 마주하고야 마는 일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