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상세내용
접시꽃 씨방이 아날로그로 피어난다. 꽃이 피고 지는 사이에도 마음은 너울져 숲이 된다. 가끔 비 내리는 창문으로 눈물 번지듯 여울목이 흘렀다. 맞지 않는 문틀을 붙잡고 담쟁이가 생각 밖으로 팔을 뻗을 때 푸른 바람이 허파 속으로 스며들었다. 어디로 흘러가야 하나, 기억의 회로는 처음과 끝을 구분하지 못하고 그 사이를 넘나들던 것들은 시간의 흔적을 보여줄 뿐이다. 허공의 지문을 읽어내는 겨울 눈(目)처럼 한 그루 나무속에 깃들어 사는 생은 긍휼하다 늙은 악기의 몸통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숲을 울린다. 나는 말문을 닫고,
<[시인동네 시인선 074] 2011년 《미네르바》로 등단한 김경성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언어의 촉수를 뻗쳐 시공간으로 침투해 견고한 시적 세계를 이룩한 시들을 엮었다. 시인은 폐허를 지키는 사람이었다가, 들끓는 마적 떼를 품은 사람이었다가, 동시에 날아오르는 천 마리의 새떼를 지켜보는 사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