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상세내용
이기영의 첫 시집은, "쇄골이 살짝, 드러난 붉은 장미"(「지난날의 장미」)처럼, 아찔하고 선연하게 다가오는 아프고도 정갈한 실존적 고백록이다. 시인은 "사소하게 그러나 사소하지 않게"(「관계」) 자신만의 이야기를 침묵의 긍정으로 들려주거나, 그을음 속에 나중까지 타지 않고 남은 심장으로부터 투명하고도 치명적인 기억들을 꺼내든다. 이때 그녀는 소멸해가는 것들에 대한 강렬한 애착을 선명하게 새겨놓음으로써, 사라져가는 시간에 대한 깊은 사유와 민활한 감각을 동시에 보여준다.
<이기영의 시들에는 이국적인 명사가 자주 나타난다. 이국의 지명, 이국의 사람, 이국의 생물에 대한 이름들. 이런 부분에서 그의 시는 이국적 정서를 지향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가 닿는 이국은 희망과 충족의 땅이 아니다. 그가 생각하는 이국의 삶들도 그의 지향점과는 거리가 멀다. 실제 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