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상세내용
이근화와 길을 걷다 갈림길에서 헤어지던 어느 저녁을 잊지 못한다. 눈인사를 건넨 다음, 어깨를 끌어올려 묘하게 등을 구부리며 돌아서던 그녀의 자세 때문이다.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의아한 눈으로 따르다가 나는 그 어깨와 등의 윤곽을 손가락으로 그려보았다. 수줍고 유연한 동물만이 취할 수 있는 곡선이다…… 그런 생각을 했다. 몸에 밴 감정의 자세였을까, 이 책을 읽으니 비로소 그 곡선의 비밀을 엿본 기분이 든다.
<이근화의 첫 산문집 『쓰면서 이야기하는 사람』. 그간 시 이외에 간간 동시로만, 그렇게 ‘시’라는 장르 속에 푹 빠져 있던 자지기 고심 끝에 정리한 이번 산문집은 형식이야 어쨌든 ‘산문’이라는 겉옷을 입고 있지만 그 재킷을 벗겨보면 또다른 스타일의 ‘시’임을 절로 알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