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에서 불사(不死)라 불리며 두려움과 존경의 대상이었던 나왕은 어느 날 십여 년간 가족처럼 생각하고 지내왔던 벽산 송가장의 식구들이, 자신 덕분에 천하구패의 문파를 일궜음에도 사실은 그저 철저히 이용만을 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실의에 빠져 그 길로 곧바로 짐을 싸서 송가장을 나온 나왕은 어느 기루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고, 그때 만난 기녀 연빈의 이야기를 통해 송가장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끊는다.
한편 다친 양아버지의 병을 구원하고 가난한 집안을 부양할 약초를 찾기 위해 천마봉에 오르던 적월은 벼랑 끝에 매달린 천년삼을 구하려다가 아래로 떨어진다. 본능적으로 손을 휘둘려 절벽에 매달린 적월은 그곳에서 빛이 흘러나오는 동굴을 발견한다. 그곳에는 주먹만 한 야광주와 함께 작은 검은 함이 있었다.
적월이 귀한 물건이라는 생각으로 검은 함에 손을 대려는 순간, 동굴 안쪽에서 그를 제지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나왕이었다. 검은 함을 몇십 년 전에 자신이 먼저 발견했다는 나왕의 말에 적월은 재치 있는 말로 응수하여 검은 함을 돌려주고 야광주를 얻는다. 어린 나이에 혼자 산을 타는 몸놀림을 눈여겨본 나왕은 야광주와 천년삼을 좋은 값에 쳐줄 수 있는 표국을 적월에게 소개해 주고, 양아버지의 병도 봐주기로 약속한다. 그렇게 불사(不死) 나왕과 꼬마 적월의 인연이 시작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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