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피노키오’의 진면목
대담하고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와 전개
수없는 영감과 각색의 원천이 된 환상동화의 고전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주인공으로 너무도 유명한 환상 문학의 고전 『피노키오』가 ‘걸 클래식 환상 컬렉션’의 한 권으로 번역되었다. 거침없는 상상력으로 엮어낸 이 동화에서는 생생한 캐릭터의 힘와 유머, 문학적으로 혁신적인 구조, 당대에 대한 날카로운 현실인식을 동시에 볼 수 있다.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고전에는 어린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를 함께 느끼게 하고, 생각해보게 하는 힘이 있다.
나무로 만든 인형 피노키오가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진다는 것이야 너무도 유명하고 아이콘적인 이야기이지만, 어른이 된 독자에게는 아주 오래전의 낡은 기억이거나, 실제 원전을 읽어본 적은 없는 피상적인 비유의 대상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원전의 책을 펼쳐 실물을 만나 본다면? 이 작품이 어째서 백 년 넘게 이토록 강렬한 이미지를 남겼는지, 그리고 그것만으로는 알 수 없는 매력적인 디테일이 얼마나 많은 책인지를 금방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환상 컬렉션’의 서문을 쓴 판타지 문학의 거목 전민희 작가의 평대로 마치 “주인공의 강한 개성을 실 꿴 바늘처럼 이용해 종횡무진 이어붙인” 듯한 그 에피소드들은 “아무 데나 잘라내어 인용해도 신기할 정도로 짜임새가 있다”. 캐릭터들 또한 뻔뻔스러울 만큼 당당하고 생동감이 넘친다. 묘사에는 실제의 아이를 잘 관찰하고 이를 사회에 대한 풍자적 우화로 담아낸 작가의 날카로움이 담겨 있다. 또한 『피노키오』는 전통적인 동화처럼 보이지만, 공주도 왕자도 기사도 등장하지 않는 이 작품에는 사실 이탈리아 통일 이후 급격한 변화가 불러온 사회 문제와 빈곤 등이 비유적으로 그려져 있다.
이번 환상 컬렉션의 『피노키오』는 원어인 이탈리아어에 능통한 여성 번역가 김지우가 원본을 저본으로 삼아 정확하고 완전한 번역을 기했다. 맥락상 직설적인 표현이 필요할 때를 제외하고는 성별과 나이를 비하하는 단어나 고전 특유의 낡은 표현은 가급적 지양했다. 원전의 맛을 왜곡하지 않으면서도 언어적, 문화적 한계와 편견에 대한 현대적 성찰과 합의를 반영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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