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상세내용
이번 시집에서 내가 본 것은 하나의 거대한 식물적 풍경이다. 밝음과 어둠, 열매와 뿌리, 빈한함과 풍족함, 부처와 중생, 늙음과 젊음, 삶과 죽음. 서로 대극적인 이것들이 결국은 한 몸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우주적 풍경이다. 이 시집의 표제이기도 한 「그 순간」을 대하고 보면, 세상에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움직이는 원리와 그것의 정체가 어떻게 이렇듯 한 장면으로 압축될 수 있을까. 일상에 코를 처박거나 거대 이념인 씹어대는 자들에게는 소소하다 못해 눈에 띄지도 않을 것 같은, 뱀이나 새 새끼 따위, 아이의 똥 따위, 콩벌레 따위, 어미개 따위에게서 어떻게 시인은 우주의 비밀을 봐 버린 것일까.